석근쓰
20230323 일본여행 1일차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에 있다 26일 오늘 귀국했어요. 전염병 때문에 여행을 가기 어렵게 된 이후로 해외에 간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해외에 다녀오는 거라서 많이 기대가 됐네요. 해외라고 해봤자 이번 여행까지 총 세번 일본 다녀온 것 뿐이지만, 갈 때 마다 '다른 나라'라는 존재가 매번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한국에서부터 이미 하늘이 흐렸다... 도착했을 땐 다 젖은 땅

처음에는 겨울에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봄으로 밀려서 이왕이면 벚꽃이 필 만한 때에 가자며 날짜를 잡았더니 딱 그 날에만 비가 오더라구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여행 날짜가 되기 약 열흘 전부터 하루에 세번씩 도쿄 날씨를 검색하고 일본에 가니까 일본의 민간신앙을 믿어보겠다며 테루테루보즈를 만들어서 매달아놓기까지 했는데 역시 민간신앙은 미신인 모양이에요. 하루정도면 모를까, 매일매일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어요.

 

숙소 근처였던 아사쿠사 카미나리몬

이번에 숙소를 잡은 곳은 아사쿠사였는데 막 도착했을 때에는 '조금 전통 느낌나는 동네' 라고 묘사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그야 일본은 거의 2~3년만이어서 다른 도시가 어떤 분위기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다른 동네도 실컷 돌아다녀 보고 귀국한 뒤에 생각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근처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절이나 신사 밖으로 조금만 나오면 사람이 그렇게까지 붐비지도 않고, 적당히 한적하면서도 적당히 도시이고... 역 근처에서는 스카이트리가 한눈에 보여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곳이었어요.

 

구름 낀 스카이트리

비가 오고 흐린 하늘이 아쉽긴 했지만, 저렇게 구름 낀 모습을 보니까 또 멋있어서 좋았어요. 옛날부터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를 헷갈려했었고 여행에서도 계속 말실수를 했는데 이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음.

 

일본에 갈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상점이 밀집되어있는 골목에 천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해요. 국내 시장들도 그렇게 조성된 곳이 많이지긴 했지만, 골목 바깥 도로 옆 인도에도 저렇게 처마처럼 만들어둔게 신기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여행내내 잠시라도 우산을 내리고 걸을 수 있어서 좋았네요.

 

음료수에 올린 포카 거꾸로 든거 귀국하고 알았음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아사쿠사까지 이동할 때 액세스 특급을 이용했는데, 옛날에 도쿄에 갔을 때 스카이라이너를 탔던 기억이 있어서 엄청 헤멨어요. 내가 타야할건 분명 액세스 특급인데,  이름은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 액세스 특급이라고 써있고... 분명 스카이라이너는 발권을 했었는데 역무원분께 여쭤보니 액세스 특급은 발권을 안해도 된다고 하고... 어찌저찌 나리타 공항 1터미널역에서 탑승구를 찾으니 배차 간격이 40분. 거의 굶주린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네요.
옛날에 도쿄나 오사카에 갔을 때에는 교통 문제로 거의 헤메지 않았었는데 경험이 쌓이면 더 헷갈리는 것 같아요. 잘만 타고 다녔었는데 이제 내가 타는게 긴자선인지 게이세이 아사쿠사선인지...

아무튼 첫끼로 먹은건 근처에 있는 제법 유명하다는 햄버그 스테이크집의 와풍 햄버그였어요. 다른건 다 가타카나로 적혀져 있어서(오란다 후란스...) 유일하게 한자로 써있는 메뉴를 주문할 때 코레라고 했는데 와풍이라고 읽어주셨던게 왜인지 기억에 남네요. 와풍이었구나!

양파와 간장 맛이 많이 나는 햄버그였는데 제법 맛있었어요. 햄버그 스테이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도 좋았음. 쌍검상 햄버그도 한입 얻어먹었었는데, 확실히 치즈 올라간게 부드럽고 좋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식전에 나온 샐러드와 스프도 맛있었고, 직원분께서 음료수를 식사와 함께 제공할지, 후식처럼 나중에 제공할지 물어봐주신 것도 좋았어요.

 

밥을 먹어서 온순해진 뒤에 센소지로 향했어요. 비가 와서 노점이나 가게가 많이 닫은게 아쉬웠지만 덕분에 거리가 한적한 점은 좋았어요.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고, 딱 이정도 복작거림으로 맑은 날에도 걸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이번에 일본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생각보다 한적했는데 비 오는 날 오후여서 그랬다는 걸 다음날 알게 되었어요.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고 한국인이 반, 중국인이 반, 영어권 외국인이 반이었음. 
여기서 오미쿠지도 뽑고, 옆에 있는 아사쿠사 신사도 구경했어요. 신사에 갈 때 쯤엔 해가 지고 있어서 어둑어둑했는데 조명이 켜져 있어서 굉장히 멋졌어요. 가장 멋진 벚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서 누군가가 촬영을 하고있어서 그 나무를 못찍었네요.

 

약 10분만 걸어도 바로 큰 도로가 나오는 도심인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게 신기함. 이 근처에 살았다면 산책삼아 올만한 휴식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낮에는 관광객으로 엄청 붐비니까 저녁에) 물론 이 나라에서 나고자랐으면 의외로 그정도로 한적하고 좋은 공간으로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구요. 우리가 가까운 곳에 절이 있어도 자주 가지 않는것처럼...

 

스미다 공원에서 찍은 파노라마.

그리고 첫째 날부터 거창한걸 하기엔 아침 일찍 일어나 비행을 했으니 무리고, 일정이 애매모호한데 주변 구경은 하고싶어서 무작정 지도찍고 찾아간 스미다 공원.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길목에 사람이 정말 없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아직 8시도 안됐는데 도로에 차도 많지 않았고 엄청나게 한적했어요. 덕분에 선선한 바람 맞으면서 느긋하게 산책한게 기분이 좋았어요.

공원은 엄청 어두웠고, 딱히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일본에는 도심에 공원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 부러웠어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바로 스미다강을 볼 수 있고, 벚꽃 철이라 강 건너편에는 노점(하지만 비가 와서 조명만 켜져 있음)이 줄을 서있고, 흐릿하게 보이는 스카이트리가 분위기 있었네요. 길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공원이 엄청 조용했고, 탁 트인 시야를 보면서 바람 부는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들떴던 것 같아요.

 

저 공원에서 쭉 더 걸어서 다리를 건너며 강 위를 찍었어요. 이때까지는 비가 엄청 많이 오는 상황은 아니었고, 시야에 자꾸 스카이트리가 보이니까 갈만한 것 같다며 그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었어요. 나중에는 비가 너무 많이 오기 시작해서 몸이 상당히 힘들었고, 덕분에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엄청 피곤한 상태였지만 스미다 강을 건넜던 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네요.

어린 시절에는 엄마가 나를 끌고다니면서 경치 좋은 곳, 멋진 곳에 데려가면 이런 풍경을 보면 그렇게 좋은가? 재미있나? 난 지루한데...같은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따라다녔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한적한 곳에서 멋진 경치를 보는게 마음에 어떤 치유를 주는지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멋진 경치 보면서,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걷고파...

 

어찌저찌 스카이트리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스카이트리몰 안의 서점을 구경하고 스미다 수족관 굿즈샵을 둘러봤어요. 스미다 수족관은 옛날에 처음 도쿄 여행 왔을 때에도 들렀었는데, 어쩌다 보니 수족관 관람은 안하고 굿즈샵만 둘러봤던 곳이에요. 이번에도 굿즈샵만 둘러봤는데 여전히 갖고싶은 인형과 굿즈가 많았어요.

각종 굿즈나 인형을, 내가 사면 보통 처박아두기 때문에 남 줘야겠다 싶은 것만 사고 내 물건은 자꾸만 참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데 이왕 놀러온거 돈을 좀 쓰자는 생각을 하고 썬캐쳐를 구매했었어요. 그런 버릇때문에 일본에 다녀갈 때마다 엔화를 남기거나 마지막에 급하게 이것저것 사모았어서 꾸준히 많이 쓰자는 결심을 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썬캐쳐는 만족스럽게 잘 달아두었어요. 사실 해파리 인형도 사고싶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다음에는 엔화를 더 많이 들고가서 참지 말고 사야지. 다음 여행을 위해서 돈을 열심히 벌게요.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돌아와서 편의점 음식. 왜인지 모르겠는데, 일본 편의점에 재미있는 식품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에 가기만 하면 꼭 한끼는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게 되네요. 돌이켜보면 그 패밀리마트에 주먹밥이나 도시락 종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한번정도는 다른 편의점에 갈걸 그랬어요.

오른쪽에 있는 술 중 스미카라고 적힌 머스켓 술은 제거였는데, 살면서 저렇게 맛없고 쓰기만 한 술 진짜 오랜만에 마셔봤어요. 왜 그렇게 맛없고 썼을까? 결국 거의 다 버렸지만 생각해보면 3일 내내 술을 마셨어요... 놀러갈때마다 자꾸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데 같이 마셔주셔서 행복해요...

 

비가 와서 정신없고 피로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놀 생각으로 들고 온 돈 쓰면서 먹고싶은걸 먹고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는 경험은 역시 꾸준히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네요. 매일매일 일 다니고 치이며 살다가 여유롭게 걸어다니니 즐거웠습니다.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지 않고 일정이 바로바로 바뀌어도 개의치 않는 스타일이 맞물려서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또 가요... 다음엔 홋카이도나 도쿄 근처의 다른 곳으로... 오사카도 좋고...

다녀오자마자 포스팅을 하고싶었는데, 귀국한 날 저녁에 짐 정리하다 갑자기 디스크가 도져서 앉아서 타이핑할수 있게 되기까지 만 5일이 걸렸네요. 조만간 일 바쁜 것도 조금 사그라들 것 같으니 짬날때마다 마저 적어보겠습니다. 2일차, 3일차, 4일차 겸 구매목록 자랑까지 해서 총 포스팅 네개짜리 시리즈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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