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30325 일본여행 3일차

일본여행 3일차의 아침.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움직이게 되어서 아침은 편의점으로 때웠어요. 편의점 음식도 나쁘지 않고, 한국에서 먹던 것들이랑은 다른 재미가 있으니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어요.

특이했던 것은 소금간만 된 주먹밥을 판다는 거였네요. 컵라면이나 각종 국물 있는 즉석조리식품들과 같이 먹기 좋아서 마음에 들더라구요. 아직 부엌일을 할 줄 모르던 어린 시절에 집에 혼자 있으면 호기심 반 귀찮음 반으로 맨밥에 소금간만 해서 먹어봤었는데, 그 때 생각도 나고... (그때도 잘먹었음)

 

세번째 날에 갔던 곳은 신주쿠. 아사쿠사에 비해서 굉장히 현대적이고 깔끔한 거리, 커다란 쇼핑몰들이 돋보이는 동네였어요. 이 날에도 아침부터 비가 와서 바람이 차고 발이 축축했지만 이 시간대에는 그리 많이 쏟아지지 않아서 다닐만했어요.

일찍 움직이기도 했고, 가려던 가게가 아직 영업시간이 아니라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어요. 일본 스타벅스는 처음 가보는데 역시 세계적인 체인이라 그런지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이 신기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던 스타벅스 어플로 주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왕 일본에 온거 직원분에게 말로 주문하고 싶어서 용기내서 도전했어요. 먹었던 라떼도 맛있었고 케이크도 달고 좋았어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간 곳은 세카이도. 건물 한채가 통째로 대형 문구점인 가게예요. 관광지로 제법 유명해서 그런지 들어가서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어가 들려서 반갑기도 하고, 웃겼어요. 1층에는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문구류가 자리잡고 있었어요. 엽서나 공책, 파일, 필통이나 파우치, 스티커 등...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색감이 촌스럽지 않고 깔끔해서 이것저것 다 갖고싶었어요. 아마 내가 공부를 하는 학생이었으면 샀을 것 같단 말을 여러번 했던 것 같네요.

위로 올라가다보면 각종 서적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만화나 미술용품이 가득 차있고, 액자 프레임도 있어서 확실히 구경거리가 많았어요. 실질적인 쇼핑은 아랫층에서만 했지만, 미술용 금가루라든가 국내에서는 아무 문구점에서나 팔지 않는 특수한 재료들이 정말 많이 보여서 눈을 휘둥그레 뜬 상태로 돌아다녔네요. 물론 그런 재료는 일본에서도 여기 아님 잘 안팔겠지만요.

 

세카이도를 충분히 구경하고 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로 이동. 서적이 있는 층으로 이동하기 전에 1층에 있는 가게들을 구경했어요. 정말 아무데나 캐릭터 상품이 있는 일본... 그리고 늘 갖고싶어했던 광물들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한참 발목잡혀 구경했어요. 보석이라고 해야할지, 광물이라고 해야할지...

 

한켠에는 각종 화석들도 있어서 신기했어요. 가격도 신기했음. 부자가 되면 집에 두 점 정돈 갖고싶어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파는 작은 광물들도 많았고, 가짜 광물이지만 예쁜 것들도 많았어요. 돌들인데도 이렇게 예쁘다... 가끔가다 들어셔 쳐다보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 말고는 용도가 없는데도 이렇게 갖고싶은 물건은 저한테 정말 드물어요.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나선 점심으로 라멘을 먹었어요. 원래 가고싶었던 라멘집은 따로 있었지만, 여기저기 가게가 있는 체인점인데도 심야에 가지 않으면 언제 가든 웨이팅이 있다고 해서 적당히 찾아서 가 본 라멘집. 일본 식당은 전체적으로 점포 자체가 엄청 좁고 테이블석이 많지 않아서 신기하기도 신기했고, 조금 불편하기도 했어요. 테이블석이 싫은 건 아니지만 내 덩치론 움직이기 힘든 간격일때가 많아서...

이 가게에서 먹은건 매운맛 추가한 츠케멘인데, 국물이 엄청나게 진하고 제법 매콤해서 맛있었어요. 면도 쫄깃하고 양이 많아서 열심히 먹었어요. 하지만 늘 생각하는 건데, 츠케멘은 찍어먹는거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양념이 너무 강한 것 같음.

 

그 뒤로는 썬샤인시티에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얼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거의 도망치듯 뛰쳐나와서 근처 카페에 갔어요. 2012년 서코에 가도 사람이 그만큼 많진 않을 것 같을 수준으로 붐벼서 깜짝 놀랐어요. 하루에 스무명 이상의 어린이가 엄마를 잃어버릴 것 같았음. 사진 남은 것도 없네요.

 

도망치듯 찾아서 간 카페는 꿀벌과 곰 테마의 작은 개인카페로, 라멘집과 마찬가지로 가게가 엄청 작았어요. 본가에 있는 내 방이 더 넓겠다 싶을 수준이었고 테이블 사이 간격도 좁았지만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판, 안내용 피켓등을 보면 가게 주인의 애착이 보여서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았어요. 벌꿀 프렌치토스트도 먹을만했고, 허니밀크도 괜찮았어요.

토스트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걸어서 이동해 버스를 타고, 잠시 숙소에 들러서 썬샤인시티에서 쏙 빨려버린 정신을 회복했어요.
세번째인 일본여행에서 버스를 탄건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는데 이래저래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일본은 버스도 정말 작고, 디자인이 다양하며 정류장이 정말 촘촘하게 있었어요. 동네를 구석구석 돌며 숙소로 가는 길에 어떤 가게들이 있고, 어떤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는지 볼 수 있던 점도 재미있었어요.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듯 대문 앞에 성씨가 적힌 문패가 달려있거나, 버스에서 병원 광고가 흘러나오거나, 어린이들이 우르르 타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해외에 있단 점을 실감했어요.

 

잠시 쉬었다가 미리 예약해둔 플라네타리움 천공(텐쿠)에 갔어요. 스카이트리에 있는 플라네타리움으로, '코니카 미놀타'사에서 운영하고있는 플라네타리움이에요. 여기저기 지점이 더 있는 것 같더라구요. 입구 옆에는 반짝거리는 기념품도 많이 있었는데 사진을 좀 찍어둘걸 그랬네요.

 

내부에서는 봄을 맞이해서 특별히 촬영이 가능한 벚꽃 영상을 상영해주고 있었어요. 본 컨텐츠가 시작되면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라네타리움 안에서는 이 때 찍은 사진이 다네요. 

예약한 자리는 리클라이너 일반석인데, 의자가 엄청 불편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편안할 정도는 아니었어서 사람들이 왜 침대자리를 예약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 공간 안에서 성인 두명에 아이 한두명쯤 끼워 누울 수 있는 침대 좌석(초승달 시트라고 함)이 세 곳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할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임을...

일본어 청해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슨 말이든 다 알아듣는게 아니라서 해설을 거의 다 흘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거의 다 알아들어서 내용도 즐기고 멋진 상영도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내부 온도도 쾌적하고 상영과 함께 상영실에 아로마 테라피하듯 향을 흘려보내줘서 릴렉스할 수 있었어요. 물론 그 아로마 향도 기념품점에서 판매함.

 

상영이 끝나고 스카이트리 옆에 딸린 루피시아 매장에 가는 길에 찍은 스카이트리. 악의 탑처럼 찍혀서 당황... 옛날엔 그래도 어느정도 사진을 찍을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 찍어도 이상하고 구리게 찍혀서 뭐가 문젠가 싶어요.

 

그리고 방문한 루피시아 매장.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차다...!! 여행하기 전부터 루피시아 매장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전에 들른 루피시아 매장이 작은 편이었어서 여기서 한차례 더 흥분해서 이것도 킁킁 저것도 킁킁 냄새 맡느라 정신없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이 전에 들렀던 매장에선 두개나 사 놓고 여기서는 한참을 시향한 것 치고는 한개도 사지 않았지만, 눈도 즐겁고 코도 즐거워서 기분좋게 구경했네요. 나중에 일본에 가면 또 가고 싶어요.

 

출국일인 다음날을 위해 그 뒤로 곧장 숙소로 돌아왔어요. 숙소 창을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넓은 강과 야경이 보여서 사흘간의 밤이 기분좋게 기억에 남았어요.

일본에 가있는 동안 매일매일 비가 와서 못 본 것도 많고, 아쉬웠던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사흘간의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여행하고 싶네요. 다음에는 맑은 날에, 사람이 너무 붐비지 않는 동네에도 가고, 도심도 구경하며 여유롭게, 사고싶은 것을 참았다 후회하지 않게끔 겁먹지 않고 용기있는 마음을 가지고요. 다음 여행 포스팅에는 일본에서 사 온 것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해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갠홈회귀...  (0) 2023.11.27
20230514 짧은 근황  (2) 2023.05.14
20230324 일본여행 2일차  (0) 2023.04.02
20230323 일본여행 1일차  (0) 2023.04.02
20230312 굿노트 정산  (4)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