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30514 짧은 근황

최근 또 여러가지로 바빠서 한동안 티스토리 업데이트를 못했네요. 저번 이후로 야근은 안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바쁜 삶을 보내고 있어요. 티슷을 아예 내버려둔 게 아니라는 의미로 짧은 근황글을 적어봅니다. 

 

인테리어 봄맞이 리뉴얼을 조금 했어요. 거창하게 바꾼건 없고, 눈독들이던 잔디러그와 인형을 사고 침대 옆에 협탁을 뒀어요. 핸드폰이나 안경 같은 걸 올려둘 곳이 없어서 맨날 머리맡에 던져두고 잤거든요. 저기에 각종 충전기를 올려두니 편해서 왜 진작 안샀나 싶었어요.

바구니에는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을 좀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 물통을 두 개 채워두었어요. 하나는 차, 하나는 물이에요. 저게 있으니 나름 잘 마시는 것 같아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채우는게 생각보다 정말 귀찮지만, 집에 사 둔 물 떨어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어요.

 

그리고 요즘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가는게 취미가 되어서 어글리어스 채소박스 구독을 다시 시작했어요. 주말에만 집밥을 먹다시피 했던 때에는 박스 하나 소비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며 야채를 들여다봤었는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하니 그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다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러워요. 2주 간격은 조금 부담스럽고 3주 간격으로 구독중이에요.

식비는 식비대로 아끼면서 채소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마트 같은 곳에서 사면 소량은 너무 비싸고 대량은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때가 많아서 채소 챙기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집에 식재료가 많으니까 채소도 많이 먹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니 취미생활 충족이 되어서 요즘 가장 즐거운 일중 하나입니다.

도시락을 싼다고 눈에 띄게 식비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매일 점심을 사서 먹을 때 보다 생활비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더딘 건 느껴지고 있어요. 집에 남은 식재료가 있으니 굳이 배달음식을 먹거나 빵, 과자같은 걸 사오는 일도 훨씬 드물어졌어요.

 

빵도 여전히 굽고 있어요. 자주 굽는 건 아니지만 틈틈히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 있을 때, 아니면 주말에 마음이 복잡할 때 굽곤 해요. 사진은 캬라멜소스를 넣은 마들렌인데 이때까지 만든 마들렌 중 베스트였어요. 옛날에는 캬라멜소스 만드는게 너무 어려워서 설탕을 거의 반봉지씩 내다버리고 설거지도 세번 네번 했었는데, 잘 안 됐던 이유를 확실하게 깨우치니 걸쭉한 소스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아직 정리가 덜 되어서 못올리고 있는 굿노트. 도시락 싸는 취미에 몰입하다 보니 위클리 페이지가 급식표처럼 되고 있어요. 먹은 것 사진밖에 없긴 한데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도시락을 싸고 있어서 요리하는 취미가 생각보다 정말 잘 맞는구나 싶어요. 부엌이 좁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메뉴로 계속 도시락을 싸고싶어요.

매일매일 퇴근하면 설거지를 해야하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이것도 나름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의 설거지라 괜찮아요. 전날에 만들어도 괜찮은 반찬류는 그때 만들고 도시락통과 팬을 같이 설거지하면 되니까요.

 

읽어보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동안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불안정 애착에 대해서 여러가지 동영상을 많이 보고, 책도 읽어봤어요. 사진은 고민과 불안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책 읽고 필사한 거예요.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무섭고,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공격당할까봐 두려워하게 되는 행동패턴이 어렸을 때 머리에 굳어져버려서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고생이 많았어요. 난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친한 사람들, 혹은 친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애착유형이 불안할 때 하는 전형적인 행동들을 했던 것을 뒤늦게 알았고, 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나의 상처가 생각보다 정말 깊고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었어요.

전 이런 문제 때문에 누구든 다른 사람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기억부터 떠오르는 편이에요. 그래서 안좋은 일이 쌓이면 아무리 좋았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사람은 더이상 안돼'라고 단정짓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도망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주변 사람들을 떠올렸을 때 속상한 마음부터 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립고 보고싶어요. 언제 찾아가도 날 반겨줄 것 같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중엔 나를 봐 주실 분이라는 믿음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거절당한다고 생각해도 무섭거나 괴롭지 않고, 할머니는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이라는 걸 진심으로 믿고, 저도 할머니를 가장 아낍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시절 저에게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만들어 준 유일한 어른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떠올릴 때에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먼저 떠오르게 되기를 바라며 노력해보려고 해요.

나이들어서도 부모탓을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과, 나의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원인이 어린시절에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두 가지 생각 안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겨우 길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팀원분이 소세지에 얼굴 그려주심

회사생활도 잘 하고 있어요.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 취직하기 전에는 1년차, 2년차, 3년차같은 건 대체 언제 채우나 싶었는데 약 2개월 뒤면 저도 1년차이고 다음주에는 팀에 신입분이 들어오시네요. 더 이상 팀의 막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약간 충격적이기도 하고, 새로 들어오시는 분 인솔과 교육을 제가 맡아서 여러모로 긴장되지만 듬직한 사수가 되기 위해서 애써볼게요.

회사 안의 또래들 사이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데, 저는 바깥에서까지 시간 짜내서 쫓겨가며 공부하고 자기개발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분들의 열정은 높게 사지만, 각자 사는 템포는 다른걸. 뒤쳐진다고 걱정할 필요 없고, 몇 년 뒤에는 내가 무슨 일 하고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너무 무리하고싶진 않아요. 

회사 안에서는 그저 나의 힘이 닿는 곳까지 최선을 다 하고, 남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했다고 초조해하기보단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컨디션으로 롱런하고 싶어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복이 없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게 제 근무 태도의 핵심이에요. 이 상태로 첫회사 최대한 롱런해보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도전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해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 따끈따근하고 북슬북슬한, 까칠한 털덩어리는 올해로 5살이에요. 주먹만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5살이라는게 믿기지 않아요.

매일매일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사랑해줄 수 있는 만큼 사랑해주고 싶어요. 힘이 닿는 데까지. 월급 나오면 장난감이랑 간식 보내고, 좋아보이는 용품 있으면 또 주문해서 보내두고, 오랜만에 본가에 가면 하루종일 안고 예뻐하고 놀아줍니다. 대가없이 나를 좋아해주는(하지만 깨무는) 고양이야... ... 이번달 말에 또 한번 마구마구 만지러 갈 예정이에요. 진짜 보고싶네요.

 

최근 몇주간은 비가 왔다가, 추워졌다가 따뜻해졌다가를 반복하더니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있네요. 이젠 얇은 후드티 하나 입어도 낮에는 햇빛 아래에서 지글지글 타요. 이런 날씨가 되니 매일매일이 놀러가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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