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30111 초콜릿 푸딩

보호글로 취미 없어서 심심하고 주말에 외롭단 소리를 주절주절 쓴지 며칠만에 재료를 마련해서 뭘 또 뚝딱거렸어요. 그땐 호르몬 영향 받은 바람에 상태가 안좋았던거고, 그 날 바로 시작하더니 상태가 나아져서 만들어서 직장 동료들이랑 지인들 먹여야지 싶더라구요.

초콜릿 푸딩은 저에게 꽤 각별한 디저트예요. 고등학생 때 친구가 제 생일이라며 만들어줬던 초콜릿 푸딩이 정말 맛있었거든요. 그게 이제 한두해 지난 것도 아니고 오랜 옛날의 일이 되었는데도 그 푸딩이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꾸덕하고 무스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그래서 종종 생각이 나요.

 

판젤라틴은 불릴 때 마다 양이 이게 맞나 싶어요. 저번에 선물하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느라 커스터드 푸딩을 찌지 못하고 젤라틴을 넣어서 만들었었는데, 그 땐 처음에 젤라틴이 너무 적어 굳질 않길래 몇 장 더 넣었더니 너무 땡땡해졌었거든요. 캬라멜 소스는 가열한 직후 용암마냥 뜨거워서 플라스틱 용기에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더니 이래저래 정말 아쉬운 푸딩이었음.

그래서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뒤 100g당 한장(약3g)라는 정보를 보고 적당히 불려봤어요. 초콜릿 푸딩은 무스 같은 느낌을 바라고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모잘라도 OK예요.

 

냄비에 우유와 생크림을 1:1 비율로 넣어줍니다. 이대로 적당히 끓어오르지 않을 정도로만 가열할거예요.

이 사진은 분명 핸드폰 카메라에 있는 서포트 샷 기능을 켜고 적절한 사진이라고 뜰 때 찍었는데 왜 이렇게 이상하게 찍힌거지...? 정말 미스테리네요.

 

그리고 다크 커버춰 초콜릿을 적정량 잘라서 넣습니다. 뒤늦게 보니 55.9%짜리 초콜릿이네요. 코인 형태나 동글동글하게 나온걸 쓰면 편한데, 미처 그럴 생각을 못하고 두꺼운 판처럼 생긴 초콜릿을 샀어요.

 

저렇게 잘게 자르는 것도 너무 힘든데, 생각이 짧았어서 너무 조금만 자르는 바람에 초콜릿을 더 넣어야 했어요. 그 많은 초콜릿을 다 잘라 넣다간 탈진할 것 같아서 이 다음 초콜릿은 그냥 덩어리만 쪼개 넣었어요. 그래도 잘 녹는데 잘 녹이겠다고 왜 저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어요. 초콜릿도 잘 녹겠지만 제 오른쪽 손목 인대도 잘 녹을 것 같아서 그냥 다음에 쓰려고 새 제품 주문함.

 

녹기 전 사진... 어쩐지 어릴 때 소꿉놀이 했던게 생각나는 미묘한 비주얼이에요. 저는 잘 몰랐는데, 초콜릿 푸딩이 제대로 된 초콜릿 색깔을 내기까지 생각보다 정말 많은 양의 초콜릿이 들어가더라구요.

본격적인 베이킹을 하고있는 건 아니지만, 뭘 만들면 만들어볼수록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설탕, 초콜릿의 양에 충격 받아서 내가 만든걸 내가 먹을 수 없게 되고 있어요. 하나 먹으면 죄책감 드는 이 느낌.

 

한참 잘라 넣고 녹이고 녹여서 이런 색깔이 됐어요. 부엌 조명이 정말 선명한 하얀색이라 어떻게 찍어도 애매하게 물빠진 색깔이 되네요. 부엌 조명을 바꾸기는 귀찮고, 조리 과정 사진에 큰걸 기대하지 않기로 해요.

초콜릿을 소심하게 잘라 넣는바람에 자꾸만 더 넣고, 우유도 약간 늘리면서 냄비한가득한 양이 되었고 이 다음 나에게 닥쳐올 설거지는 두려웠지만 온 집안에서 달달한 냄새가 나서 기분은 좋았어요.

 

또 컵 옆면에다 죄 흘린 사진

그리고 디저트컵에 나눠 담았습니다. 디저트컵이 생각보다 작을 것 같아서 걱정하며 주문했던 제품이에요. 그런 것 치고 매번 디저트컵에 담을 무언가를 만들때마다 너무 많이 들어가서 당황만 하고 있음. 푸딩을 담기에는 너무 대용량이에요. 과일 담으면 모를까... 얼른 이걸 다 쓰고 보내주고 싶어요.

 

다 담은 푸딩은 냉장고에서 굳혀주고 있답니다. 샐러드와 초코푸딩이 함께 있는 배덕적인 사진.

냉장고로 푸딩 컵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흔들려서 벽면에 살짝 묻긴 했지만 표면 색깔도 윗사진에 비해서 고르게 정돈되었고 꾸덕하게 잘 굳고 있는 느낌이에요. 이번 푸딩은 제법 기대가 됩니다. 혼자서 다 먹으면 분명 제가 옆으로도 170cm가 될 테니 하나만 먹고 주변에 뿌릴거예요.

초콜릿 푸딩 재료와 함께 말차푸딩이나 커피푸딩을 만들 재료도 같이 샀으니 주말에 이것저것 더 시도해볼까 해요. 이 좁아터진 주방에서도 이것저것 만드는게 즐겁다면 둘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발뮤다 미니오븐을 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