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30205 첫 홈베이킹(1)

그동안 이래저래 바빴어서 포스팅을 못했네요. 회사 일도 정신없었지만 청소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이래저래 바빴어요. 회사 일도 재미있고 분위기도 좋아 잘 지내는것과는 별개로 2023년까지 주5일제를 하는게 과연 맞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 세대는 이 짓을 어떻게 10년, 20년씩 해온걸까...

아무튼 그동안 했던 취미생활 중에서 포스팅으로 남기고 싶은걸 잔뜩 들고왔어요. 생일선물로 전자저울을 선물받은 김에 큰맘먹고 미니오븐을 질렀거든요. 저울도 오븐도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막상 손에 들어오니 즐거웠어요. 자주 하는 말이지만, 왜 시작하길 망설였던 걸까요? 막상 하면 재밌는데 늘 그만두는 것 부터 상상하고 시작하길 꺼리곤 해...

 

까눌레 반죽중...

전자 저울이 있으니까 정말 편하긴 하더라구요. 가뜩이나 좁은 부엌에서 매번 이 그릇에 넣고 저 그릇에 넣고 딱딱한 재료들은 어림짐작으로 넣고(500g짜리 버터를 200그람 넣어야하면 2등분하고 조금 덜어내는 수준) 설거지 엄청 생겨서 힘들었는데, 전자저울은 재료 넣을 때 마다 영점을 재설정해주면 되니 좋았어요. 설거지도 줄고, 어림짐작으로 만들다 양이나 간 조절에 실패할 확률도 줄었어요.

 

사진을 좀 더 예쁘게 찍고 싶은데 부엌이 진짜 정말 좁아서 쉽지 않네요. 제 집에 아직 핸드믹서가 없어서 모든 반죽은 손으로... 이게 생각보다 엄청 되직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큰맘먹고 산 전자온도계... 위에 만든 노란 반죽에 버터를 넣고 데운 우유를 나눠 부어 섞습니다. 40도까지 식혀야해서 한참 식혔던 것 같아요. 정말 물같은 까눌레 반죽... 쏟으면 그대로 방 끝까지 엎어질 것만 같은 묽은 반죽이었어서 조마조마 떨면서 냉장고로 옮겼어요. 최소 24시간 숙성시켜야해서 넣어두고 한참 잊기...

 

그리고 녹은 버터를 발라 굳혀두는 까눌레 틀... 사진이 정말 못나게 나왔네요. 힘들었는지 대충 찍었음. 이제와서 생각해보는 거지만 이 때 버터를 너무 많이 발랐어요. 겉면 색이 안나와서 얼마나 자주 더 구웠는지...


까눌레 반죽 한 다음엔 쿠키 반죽을 했어요. 쿠키 반죽에는 우유가 안들어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노른자와 설탕, 밀가루, 녹인 버터 등을 사용해 뻑뻑한 반죽을 만들어요.

 

이때도 팔이 아팠는지 중간사진이 없네요. 오븐 안에서 구워지는 쿠키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첫 쿠키는 크게 망했습니다...! 반죽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설탕을 빼먹었거든요. 어쩐지 구워지는 내내 담백한 냄새만 나더라. 이렇게 구워진 쿠키는 어정쩡하게 색이 나긴 했지만 전혀 굳어지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손끝에 살짝 닿기만 했는데도 바스라진 쿠키...ㅋㅋㅋ... 맛은 잘 눌러 말린 밀가루같은 맛이었어요. 치우려다 하나를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조각도 아니고 가루로 산산조각나서 치우기 힘들었어요.

 

이 때 저 설탕 빠트린 반죽이 한덩어리 남아있었어서 뒤늦게 설탕을 첨가했었어요. 이 땐 또 크게 잘못한 점이 하나 있는데, 처음에 계량한 반죽의 절반만 남아있으면 설탕을 반만 넣었어야 하는데 한 반죽 분량을 다 넣은거죠. 이번엔 제대로 굽긴 했는데, 모양이 푸욱 퍼졌습니다 ㅋㅋㅋ 동그라미가 되고 만 맨 오른쪽 아래 클로버가 보이시나요... 솔직히 맛은 있었음.

이 실수를 통해서 쿠키가 굳는 데에는 설탕이 중요하다는 점, 설탕의 양이 많으면 모양이 퍼진다는 점을 알았어요. 이래저래 실수로 뼈아픈 첫 베이킹이었지만 저울과 오븐이 없었다면 해 볼 수 없는 경험이었어서 좋았어요.

역시 손으로 뭘 만들고 고생하는 취미가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