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팬케이크 사진을 본 뒤로 팬케이크가 너무너무 먹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거 있죠. 이 주 주말에는 별다른 약속 없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장을 보고 팬케이크를 해먹기로 결정했어요. 옛날에 샀던 팬케이크 믹스에서는 이렇게까지 버터향이 나지 않았는데 냄새가 참 좋더라구요. 봉지가 생각보다 작아서 얼마 안나오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저기 절대 적지 않음. 제 생각에는 간단하게 곁들여서 둘이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사진을 찍어서 자랑할거니까 자국 많이 남기지 않기에 집중해보았어요. 좀 더 비싸고 좋은 팬이었으면 훨씬 예쁘게 구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 다음에 구운건 모양이 조금 애매했어요. 나중에 또 팬케이크 믹스를 사면 그 땐 미니 팬케이크를 잔뜩 만들어서 간식처럼 집어먹고 싶네요.
팬케이크만 먹으면 아쉬우니까,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도 구웠어요. 아스파라거스는 미니 아스파라거스로 산건데, 한 팩에 제법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베이컨을 아껴서 베이컨 롤을 해먹기로 했어요. 아스파라거스 같은 단단하고 질긴 야채를 물러질 때까지 바짝 구워먹는걸 좋아해서 일찍부터 굽기 시작합니다.
베이컨을 다 구우면 다른 접시에 옮겨두고 버섯도 구웠어요. 아침,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점심을 회사 근처에서 사먹거나 도시락을 먹다 보면 야채나 버섯 같은 걸 먹기 힘들더라구요. 이왕 집에서 밥 먹는 거 평소 안먹는걸 먹어보기 위해서 재료선정에 신경썼어요. 새송이 예쁘게 자르는 방법은 여전히 모르겠지만요. 가로로 자르는게 낫나? 하지만 결 반대잖아요.
그리고 브런치에 계란이 빠지면 안되지, 라는 생각에 프라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또 양조절에 실패했다는 걸 직감했어요.
하나만 할걸.
아무튼 어찌저찌해서 브런치 완성. 팬케이크 반죽을 남겨두기 애매해서 그냥 다 올렸더니 두꺼운게 세 장 나왔어요. 팬케이크만 한장이었어도 나름 조절 잘 한 양이었을텐데 탄수화물 폭탄 식사가 됐네요.
어렸을 땐 버터를 날것으로 먹는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였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버터는 빵 구울 때만 쓰고 어디에 바른다고 하더라도 날것으로 먹으면 안되는 식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끌미끌하기도 하고 지방덩어리라는 생각에 그랬을까요.
나이먹고 브런치 가게에서 버터 잘라서 팬케이크랑 먹어도 보고, 앙버터가 유행하면서 씹어먹어보니 맛만 좋더라구요. 건강에는 무염버터가 좋겠지만 저는 이왕 가끔 해먹을거 맛있는게 좋으니 가염버터와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어코 완식! 사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제가 저걸 다 먹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날 저녁에는 단백질 쉐이크 하나 먹고 양심적으로 굶었습니다...
그 다음 날 점심에는 무한피망을 만들었어요. SNS에서 잠시 유행했던 레시피죠. 간단하게 반찬으로 무난하게 괜찮다고 하는 그 무한피망. 이번에 처음 만들어먹은 건 아니고, 옛날에 먹어본 바 꽤 괜찮았어서 한번 더 해먹었어요.
요즘은 참치 캔 뚜껑을 안전마개로 만드는 곳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캔 뚜껑을 굉장히 경계하는 편인데, 어렸을 때 엄마가 캔 뚜껑에 손을 크게 다친 걸 눈앞에서 본 적이 있어서 유난히 무서워하게 됐네요.
캔 뚜껑을 버리려다 베이는 바람에 살점이 떨어져나가서 바로 꿰매야 할 정도로 크게 다치셨었고 저는 아직 초등학교 고학년생쯤 되는 어린 나이였어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어요. 당시에는 엄마와 단둘이 살았기 때문에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다친 손으로 운전을 해서 근처 사는 친척집에 저를 맡겨두고 응급실에 갔었는데, 그 날 밤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직 안전마개가 아닌 캔이 많아요. 다른 분들은 캔 뚜껑 조심하세요. 엄청나게 날카로워요.
아무튼 다친 이야기는 이쯤 하고, 피망을 잘 자른 다음 소고기 다시다와 참기름, 간장 약간을 넣고 버무려 랩을 씌웁니다. 예전에 피망을 좀 두껍게 자르는 바람에 애매하게 아삭한 식감이 거슬렸어서 더 잘게 잘랐어요. 약간 매콤한 맛도 났으면 해서 베트남 고추 한개를 부숴 넣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베이컨과 아스파라거스를 돌돌 말아서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롤을 만들었어요.
베이컨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일부러 작은걸 주문했더니 반 잘라서 말았는데도 딱 여섯개 나오고 아스파라거스가 한주먹 남더라구요. 이것도 따로 구웠어요.
저는 오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오이무침이 또 먹고싶어서 오이도 함께 주문했었어요. 예전에 만들었을 땐 분명 양파를 채썰어 넣었었는데 주문할 때 양파를 까먹었어요. 일단 오이만 무치기로 합니다. 이번에 만든 양념장은 조금 축축해서 아쉬웠어요. 맛은 있는데 저는 조금 더 고춧가루에 무쳤다는 느낌이 났으면 해요. 이번에는 고추장에 무친 것 같았음. 고추장은 요만큼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뚝딱뚝딱 만들어 이렇게 한 상! 이 날 저녁에도 남은 피망을 처치하기 위해 무한피망을 한 번 더 해먹었어요.
오랜만에 주말에 요리 해 먹으니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었어요.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고됐지만 야채도 좀 먹고 즐거웠네요. 다만 이때 실수로 오이를 두 봉지 주문해서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오이만 우적우적 씹어먹은 건 좀 고됐어요.
다 먹고 본가에 다녀온줄 알았는데 아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두 개 남았더라구요. ...주문할 때 확인을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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