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21022 푸딩, 가라아게, 하이볼, 마파두부

이번 포스팅은 일기란에 쓰려다가, 제목을 적고 나니 뭘 해먹은 얘기밖에 없어서 밥상 카테고리로 넘어왔어요. 하긴 어디 멀리 놀러갔다오지도 않았고 이것저것 만들기만 했구나 싶어요.

최근에 또 푸딩을 만들었어요. 집에 손님이 와서도 있었지만, 그 직전에 만든 푸딩들의 캬라멜 소스가 장렬하게 굳거나 너무 물러서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이젠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아도 적당히 가늠해서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뚝딱뚝딱 금방 만들었어요. 캬라멜소스가 굳는 이유는 저어서 그렇다는걸 뒤늦게 깨달아서 최대한 젓지 않고 만들었는데, 굳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만족했어요. 이번에도 약간 무르긴 하지만 달고 맛있게 잘 나왔어요. 처음엔 작은 병에 옮겨담는 것조차도 고생이었는데, 별로 흘리지 않고 아주 잘 담음.

 

그리고 가라아게를 만들어봤어요. 국내에서 산 제품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물만 부어서 바로 쓸 수 있게끔 배합된 가루를 팔더라구요. 그 시기에 딱 맛있는 가라아게를 사먹어본 참이라 나도 해보고싶다는 충동에 냉큼 구입했던걸 계속 냉장고에 방치해두다가 이번에 드디어 사용해봤어요. 가루 100g에 물 100g을 섞고 닭다리살 500g을 한입 크기로 잘라 넣고 염지시켰어요.
요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늘 양이 엄청 많이 나오거나 요리 자체가 크게 만들어지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닭다리살을 음... 이정도면 되겠지?하고 잘라서 염지시키고 나중에 보니 너무 커서 한번씩 더 잘랐어요.

 

튀기는 중간 과정은 일단 생략하고 튀긴 사진! 화질이랑 색깔이 왜이런가 싶네요. 집 조명이 부엌에서 찍으면 너무 하얗게 나오고, 식탁에 두고 찍으면 너무 어둡고 진하게 나옴... 아무튼 요리하는 시간 내내 정말 재미있었어요. 꾸준히 만들고 싶은 요리가 생기면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요리하는게 괜찮은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만들어서 내가 먹는 것 보다 남 먹이는걸 더 좋아하지만.

에어프라이어가 크고 무겁다는 이유로 본가에 두고와서 기름으로 튀겼는데, 기름냄새 빼는 것과 폐식용유 처리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폐식용유는 일단 폐휴지가 쌓이면 거기 먹여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려고 페트병에 담아두었어요. (담다가 절반은 흘렸음) 그래도 굽거나 삶는 방식으로는 이런 맛을 재현하기 힘드니까 가끔 또 해보고 싶네요. 

 

튀긴 가라아게 중 모양이 조금 애매하거나 크기가 작은 것들을 골라 하이볼과 함께 그 날 저녁으로 먹었어요. 사진은 최근 어느 가게에서 마신 얼그레이 하이볼이 너무 맛있었어서 그걸 재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산 재료들과 지거. 위스키는 보통 산토리껄로 하는 것 같았는데 국내에서 품귀라 그냥 제가 좋아하고,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걸 샀어요. 잭다니엘 허니 자체가 달달한 맛이라 시럽1:위스키2로 해도 술 자체가 많이 달아서 조절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마파두부...! 마파두부 소스는 위에서 가라아게 만들 때 파우더 구매했던 곳에서 같이 산건데요, 이거 정말 애매했다... 가라아게 파우더는 재구매 의사 강하지만 이건 잘 모르겠어요. 맵다고도 하기도 애매하고, 간이 잘 맞나 하면 싱거웠어요. 고기가 좀 많이 더 들어갔을 뿐이고 두부도 정량 넣었는데 맛이 애매해서 이걸 살리느라 계속 뭘 넣고, 간보고, 넣고, 간보고... 되게 어려웠어요. 본가에 마라소스 남은 것도 두고 온 바람에 간을 하다보니 제육볶음 양념도 아닌것이 마파두부 양념도 아닌 맛이 됨. 그냥 처음부터 만드는게 더 맛있었을 듯. 

저러고도 다짐육이 많이 남았는데 저걸로 요리를 새로 하긴 또 애매해서 다 때려넣고 한국식으로 양념해서 볶았어요. 사진이 또 기괴하게 나왔는데...(부엌조명아...) 실물은 나쁘지 않은 빨간색이에요. 덮밥소스처럼 밥 위에 얹어서 먹을 예정. 마파두부보다 이쪽이 더 괜찮은 맛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얼려둔 밥을 어제 다 먹었어서 밥솥에 밥을 안쳐두고 포스팅 하는 중이라 곧 먹어보고 오겠습니다...!

요리하는게 즐거워서 앞으로도 이것저것 많이 해먹어보고 싶네요. 이번에도 방문해주셔서 잔뜩 먹여지고 돌아간 쌍검님께 리스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