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30417 그동안의 밥상

최근에도 종종 빵을 굽고 있어요. 얼마 전에 허리가 심하게 아프기도 했고, 재료비로 나가는 돈이 많기도 하고, 허구한날 구워서 내 입에 몇개 넣고 남 나눠주다보니 내 살도 같이 쪄서 좀 참고 있지만 간만에 마들렌 한판을 구웠었어요.

여전히 적당량 팬닝하는걸 못해서 맨 왼쪽 위같이 생긴 우량아가 태어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때까지 구운 빵이나 과자중에서는 마들렌이 제일 쉬운 것 같아요. 재료비율도 간단하고 가루재료만 적당히 넣으면 다양한 맛의 마들렌이 되니까요.

사진에 있는건 다른 가루재료를 넣지 않고 꿀을 좀 첨가한 허니마들렌이에요. 꿀 향기가 진하게 나거나 하진 않지만, 꿀을 넣지 않은 마들렌보다 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나는게 특징이었어요.

 

최근의 행복한 일. 한참을 연달아 하던 야근이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집에 일찍 도착하면 7시고, 늦어도 8~9시인데다 체력이 남으니 사람이 '하고싶은 것'이 생기더라구요. 예전에는 야근하고 오면 기절하고, 야근 없는 날엔 욕심부리지 않고 쉬면서 시간보내다 내일의 야근을 위해 기절하는게 보통이었다고 하면... 요즘은 오늘은 집에 가서 뭘 해먹어야지, 남는 시간에 낙서를 하거나 청소를 해야지같은 욕심이 생겨요.

이건 그간 먹고싶었던 토마토계란볶음. 누군가는 토마토 달걀볶음이라고도 하죠. 저는 보통 달걀보다 계란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줄여서 토계볶이라고 해요. 사실 크림파스타와 토마토파스타중 고르라고 하면 크림이기도 하고, 훠궈를 먹으러 가도 왜인지 토마토탕에 손이 잘 안가게 되는 입맛이라 토계볶을 처음 접했을땐 그걸 왜 같이 볶아?! 라며 손사레를 쳤었어요. 먹어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지만요.

엄마가 해주는걸 참 좋아했었는데, 처음 따라할 때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보니 간장을 살짝만 넣으면 더 맛있어진다고 해서 따라했다가 밥반찬이 됐던 기억이 나요. 그건 아니야. 아닌 것 같음. 

제 베스트 레시피는 토마토를 팬에 먼저 넣고 굴려가며 잠시 두고, 그 사이 계란 깨서 풀고 치킨스톡 조금 넣어서 간하고 볶아주는 거예요. 소금이나 설탕 뿌릴 필요 없이 치킨스톡 하나로 모든 맛이 잡힘. 너무 많이 넣으면 짜구요, 반숙 계란이 싫으면 토마토보다 계란을 먼저 넣는게 좋은 것 같네요. 마지막에 후추를 뿌리는건 제 취향이에요.

 

요즘 도시락 싸는 영상을 보거나 만들어서 출근하는게 취미라는 대학 동기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도시락을 직접 싸서 출근하는 환상의 동물이 있단 말인가...? 싶어서 영상을 보니 화려하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만드니 할만해 보이더라구요. 옛날엔 편도 2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길로 회사를 다녔었으니 엄두가 안 났을 만도 해요. 지금은 오래걸려도 1시간이 조금 넘고, 빠르면 1시간 이내로 회사에 도착하는 거리이기도 하고, 빵을 몇번 구워보니 요리하는 취미가 잘 맞는 것 같아 겁내기만 하지말고 우선 도전했어요.

이건 처음 싸 간 규동. 양파를 먼저 한참 볶고 간장과 맛술, 가쓰오부시 조금, 설탕 조금 넣고 고기 넣고 한참 끓여줬어요. 계란물을 풀어서 죽 두르고 반숙으로 만들어도 좋지만, 위에 노른자를 동그랗게 올리고 꺠소금 뿌린 사진이 찍고싶어서 시도했지만 터지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아침에 일찍 눈 떠진 김에 만든건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이 뒤로도 메뉴선정만 잘 하고 미리 만들 수 있는건 만들어두면 계속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고기나 볶은 반찬류는 전날 해두고 아침에 재가열하면 되고, 계란말이같은 반찬은 아침에도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식재료를 사도 상하고 무를때까지 소진이 잘 안되는게 무서워서 야채를 거의 안사기 시작했었는데, 점점 식재료 욕심이 나네요.

 

두번째 도시락은 해물 알리오올리오. 이것도 대학 동기가 얘기해준 뒤 직장인 도시락 영상을 구경하다 이런식으로 파스타를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해봤었어요. 원래 집에는 길쭉한 면만 있었는데, 도시락 용도로는 이쪽이 훨씬 간단한 것 같아서 최근에 마련했어요. 

아침에 도시락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넣어 본 감상은 우선 간편해서 좋단 점이에요. 원 팬 파스타라는 말이 있듯이 굳이 면 끓이는 냄비와 볶는 냄비를 분리하고 복잡하게 조리하지 않는다면(물론 어느정도 식감이나 맛을 살짝 포기하긴 해야하지만) 설거지거리도 덜 나오고, 대충 올려놨다가 중간에 이 재료, 저 재료 첨가하고 또 몇번 뒤적여주고도 금방 맛있는 음식이 나와서 편리했어요.

저야 요리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오일파스타를 제일 좋아하니까 집에서 올리브오일에 재료넣고 볶아서 만들지만, 요즘은 토마토나 크림, 알리오올리오부터 바질, 아라비아따 등 다양하고 맛있는 시판 소스가 많아서 요리에 자신이 없는 분들도 시도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을 왜 이렇게 찍었지?

이건 내일의 반찬으로 가져갈 소불고기. 사실 원래는 내일의 반찬으로 제육볶음을 해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양파 한가득 잘라서 팬에 넣고 냉동실을 열어보니 소분해둔 돼지고기를 저번에 다 먹었더라구요. 집에 있는 소고기는 제육볶음을 만들기엔 얇은 샤브용 양지라서, 무난하게 소불고기에 도전했어요.

원래는 고기에 양념을 먼저 발라서 재워둬야 맛있게 완성되는데, 집에 배나 사과도 없고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만들고싶은 마음은 없어서 대충 재료 비율만 지켜서 때려넣었어요. 그러고도 맛은 나쁘지 않더라구요. 아마 고기가 두꺼웠으면 맛이 안 났을 것 같아요.

아직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집에 소진되지 않은 식재료도 제법 있어서 장을 봐두지 않았더니 야채도 버섯도 없어서 고기양파볶음같은 것이 됐지만, 많이 만들어진거 잘 싸가서 직장동료들과 나눠먹을 예정이에요. 요리할 때 양조절을 잘 못하는 편이라 매번 내 생각보다 약 1.5배에서 2배가량 많이 나오는데, 집에서 혼자 먹을게 아니라 싸갈 음식을 많이 만드니 나눠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