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Raft

 

오죠사마 도조

눕기 싫으니까 최근에 했던 게임인 래프트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짧게 주절거려볼까 싶어요.

저는 평소 생존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에요. 왜일까, 그냥 보통 상식이 먹히는 게임이라 특히 좋아하는 것 같음. 배가 고프면 뭘 채집하든 수렵하든 구해서 먹고... 날것으로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익히거나 하는 상식들 말이죠. 이게 될까? 하는 기대감에 언제나 부응해주고, 돌발상황이 주는 재미도 있고 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동식물이나 지역이 주는 미지未知와 그걸 파헤치는 즐거움도 제공하죠. 너무 좋음!

생존게임은 솔로 플레이만 되는 게임도 있지만,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도 있어요. 근데 생존게임 특성상 엔딩은 멀리 있고 제법 하드코어할 수 있어서 (+서브컬쳐랑은 좀 거리가 있는 듯) 보통 혼자 한단 말이죠. 근데 그게 처음엔 재밌어도 점점 외로워져서 무인도에서 만남을 바라고 마는 녀석이 되는데(ㅋㅋ) 래프트도 혼자 하다가 제가 너무 외로움에 몸부림쳐서 함께해주신 거였어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난 외롭지 않아ㅋ

내가 목 딴 애들 그리고 그거 장식해주신 쌍검

슬슬 둘만의 힘으로는 버겁고 게임을 켜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영역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만(비유하자면 언덕 올라갈 때 가장 힘든 지점이라고 생각함) 언젠가 다시 바다를 표류하고 싶어지면 그 때 켜도 되지 않으려나... 무엇보다 주말에 이거 켜면 시간이 순식간에 몇시간씩 삭제됨. 

다른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래프트는 인게임에 채집할 식물이나 광물재화의 종류가 다양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아이템의 종류가 정말 적음. 광물 분류도 세 개 정도가 끝이고... 식품도 많지 않고. 하지만 의외로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스토리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서 배 타고 레이더 켜고 새로운 섬에 도착하면 탐험요소도 있고... 그래픽이 화려하거나 액션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나름 공들여 잘 만든 게임같아요. 뗏목을 타고 바다를 표류한다는 점이 개발에 있어서 꽤 괜찮은 요소였던거 아닐까. 땅에는 언젠가 끝이 있으니까요. 바다가 무대인 만큼 지형과 지역에 따른 설정이나 레벨디자인이 필요하지도 않고, 섬 만들어서 랜덤하게 띄우면 되니까 코스트도 아끼고 좋네... 

...근데 진짜 액션이 대단한건 아님. 액션이 대단한건... 절대 아님. 솔직히 웃김. 

배를 타고 다니면서 만나는 생물(새랑 멧돼지 진짜 짜증남)과의 온갖 헤프닝과 익숙해지면 그냥 정면돌파하게 되어버리는 상어잡이, 한눈팔면 어쩐지 바다에서 올라오는 쌍검님(ㅋ)도 정말 웃겼고... 또, 맑은 밤에 보이는 달과 빛나며 일렁거리는 바다,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섬의 실루엣을 보며 어떤 섬일지 기대하던 마음, 난파선을 탐험하며 그 지역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던 즐거움도 잊을 수가 없네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 게임은 시스템적인 재미도 물론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감정적인 만족감이 컸던 것 같아요. 멀티플레이였던 만큼 서로 돕고 의지하고,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나누는 것도 아주 즐거웠어요. 역할분담도 잘 되었던 것 같아 만족해요.

그리고 라디오를 켜지 않으면 가끔 흘러나오는 잔잔한 BGM아니면 정말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 처럼 파도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데, 그 순간도 잔잔하고 좋았던 것 같아... 요즘 게임은 BGM이 정말 알차고 끊이지 않으니까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았어... 플레이할 때에도 즐거웠지만, 돌이켜보니 더 좋은 게임이네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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