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정은 제 생일이었어요. 어쩜 이렇게 구정 당일에 딱 맞아버릴까, 신기하네요. 예전에는 내 생일 이번 구정이야! 특이하지~하고 자랑하고 다녔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까 여는 가게가 거의 없어서 생각 이상으로 잔잔하고 조용한 하루를 보냈어요.
사실 구정 당일이 아니며 평일이었다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집에서 보내니까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고 몹시 심심했어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집에 있는다고 살갑거나 신나게 시간 보내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하루의 절반을 누워있었음. 놀고 싶어...
그래도 그 다음날인 23일에는 엄마가 특별히 예약한 비싼 식당(ㅋㅋㅋ) 오마카세를 다녀왔어요. 가족끼리 멀리 나가 외식한게 정말 오랜 옛날 일이고 이렇게 비싼 코스를 먹어본것도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딱히 정겨운 얘기를 하진 않았고 대식가인 아빠는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지만 저는 맛있었어요. 살다보니 이사람들과 이런 식당에 가는 날도 오는구나.
플레이팅이 엄청난 한입요리. 가운데에 있는 저 받침 같은 게 갖고싶었어요. 먹는 순서도 설명해주셨는데 한입요리가 하나하나 다 맛있었음. 여러개 먹을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가도 이건 한개 먹는게 훨씬 더 맛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네가지 요리가 전부 맛있었고, 제 입에 가장 맞았던건 첫번째 사진의... 식용 금이 올라간 말이. 저게 생선이었던 것 같은데 뭐였는진 기억이 잘 안나네요. 두번째는 갈비샌드. 세번째는 치즈가 올라간... 무언가 타르트. 먹느라 바빠서 설명이 머릿속에 남질 않았네요.
마지막 음식이 제법 특이했는데 반죽 안에 죽을 넣어 구운거였어요. 따뜻하고 맛있어서 좋았네요. 음식이 전반적으로 양념이 세지 않은데도 감칠맛이 훌륭해서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이었어요.
이건 연어 말이. 안에 샬롯이 잔뜩 들어가있고 접시에 있는 소스는 유자였어요. 이것도 정말 맛있었음...! 두개 먹고 싶었어요. 양파도 좋아하고 연어도 좋아해서 마음에 들어요.
메인요리는 언양식 불고기였고 옆에 밥 한공기와 우렁된장국, 각종 밑반찬이 함께 나왔어요. 밑반찬은 따로 찍지 않았는데 장아찌 종류도 너무 시지 않고 맛있어서 놀랐어요. 신 음식에 약해서 장아찌를 잘 안집어먹는 편인데도 괜찮았음.
메인요리와 같이 나온 들깨 메밀국수인데, 이것도 정말 좋았어요. 간장이나 고추장, 고춧가루같은 양념이 아니라 들기름으로 양념된 비빔국수인데 고소하고 싱겁거나 느끼하지도 않아서 맛있었어요. 저 밑에 있는게 다 들깨,참깨네요. 양이 적어 보이지만 기분좋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어요.
디저트로 나온 호두정과와 오미자차. 호두정과 안에는 씁쓸한 맛의 잼 비슷한게 발려져 있었어요. 오미자차는 새콤해서 둘의 조합이 좋았음. 들기름과 고기를 먹고 나서 입가심하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이런 곳에 와본건 두번째인데,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들마다 재료가 너무 겹치지도 않고, 다음 음식을 방해하지도 않고, 양과 구성을 많이 신경쓴게 느껴져서 좋아요. 돈을 조금 들이더라도 이런 곳에서 양보다는 질, 특이하고 재미있는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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