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근쓰
20220910 추석, 마비노기, 하우스 플리퍼

즐거운 추석 되셨나요, 휴일인 김에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를 만지다보니 11일에 10일자 일기를 쓰게 되었네요.

저희 집은 추석을 가볍게 지내는 편이라 이번에도 제일 가까운 친척집과 오전에 모여 상 차리고, 치우고, 밥먹고 쫑냈어요. 그렇게 모이면 저까지 포함해서 겨우 다섯인 구성... 흔히 말하는 할머니 댁, 할아버지 댁에 가 본 적도 정말 오래됐네요. 외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친가와는 사정이 있어 가지 않게 되었거든요. 앞으로도 갈 일은 없지 않을까...

어릴 땐 조상님이라고 해도, 이렇게 문열고 창문열고 아침 일찍부터 상차려서 드세요~ 하면 귀신이 와서 진짜 먹는지 안먹는지도 모르는데 왜 이런 고생을 하나... 했는데 최근에는 하나의 의식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떠나가신 분들을 추억하고, 그걸 구실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근황도 나누고. 새 해 맞이하며 한번, 한 해의 절반을 넘기며 한번.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삶을 환기시키기도 좋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각자의 사정과 성격이 부딪혀 명절 헤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명절 행사가 없었으면 사람들은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을 바쁜 일과에 떠밀려 훨씬 더 빨리 잊었을지도 몰라.

그 집에 모인 저희집 어른들은 아주 개방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편은 아니셔서 흔히 말하는 '명절 잔소리'를 하진 않으셔요. 결혼은 언제 하니, 적금은 어떻게 하고 있니... 뭐 이런거요. 대신 결혼하지 말라는 얘기만 30분동안 듣고 와서 속으로 좀 웃었어요. 결혼하지마, 하고싶으면 해도 돼. 하지만 남들이 다 한다고 억지로 해야하는 건 아냐. 정말 좋을 때, 준비됐을 때만 해. 그치만 안하고 싶으면 정말 안해도 돼. 구구절절 구구절절... 그런데 연애는 해도 돼. 만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볼까봐 조금 걱정했음. 없긴 한데 그런 상황에서 없다고 대답하면 괜히 거짓말 같잖아요(ㅋㅋ)


오전에 밥 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잠깐 마비노기를 켰어요. 게임 하나를 진득하게 못하는 성격이 여기서도 발동돼서 메인 스트림을 G3이후로 밀어본적이 없음. 매번 들어가서 커마 좀 만지고, 옷 좀 갈아입히고... 돌아다니고 인벤 깔짝거리다 감당 못하고 끔.


이번에 편의성 개편 업데이트 규모가 굉장히 컸는데, 사실 제가 마비노기에 느끼는 장벽은 전투 시스템보단 스토리의 볼륨이에요. 스토리 좋은 게임은 좋아하지만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저에게는)너무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한다고 느껴져서 그게 너무 고생이라... 매번 얼마 못하고 끄게 되는 것 같네요. 세계관과 설정에 늘 흥미가 많았는데 흥미에서만 그침. 맨날 여신강림만 해.


특히 이번에 업데이트하면서 저번에 겨우겨우 민 블로니 퀘스트가 초기화돼서 그것도 다시 깨느라 정말 꾸역꾸역 기어다녔어요.
어느 게임이든 이득을 얻기 위해서 억지로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거나, 매일매일 숙제같은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든가, 즐기기 위해 어느정도 공부가 필요하거나... 반강제적으로 해야한다는 의무감, 부담이 느껴지면 냅다 던지는 편이라 초기화가 특히 귀찮았어요.
나는 그 귀찮음을 견디고 한번 깼다고ㅠ... 결과적으로 억지로 깨긴 했지만, '게임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 는 생각은 평생 갈 것 같아요. 게임을 "으윽 하기싫어... 귀찮아...근데 해야돼..." 라고 말하면서 하게 되는 건 싫어... 학창시절 싫어했던 공부랑 뭐가 달라!

 

세면대 설치 잘못해서 두개가 된 집 기왕 이렇게 된거 블랙 앤 화이트로 맞춰드림

오후에는 잠깐 하우스 플리퍼를 켜봤어요. 제가 산건 아니고 라이브러리 공유 걸린 트친 라이브러리에 있길래 냉큼 찍먹해봄. 저도 사실 제 성격과 취향에 안맞을 것 같았고, 주변에서도 너한테 안맞을걸? 이라고 많이들 말했는데 의외로 멍때리면서 생각보단(이거 중요) 많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꾸준히 즐겁게 할까? 하면 그건 잘 모르겠음. 왜냐면 더러운 집을 마주할때마다 어떤 미친녀석이 집을 이렇게 썼지? 하면서 들어가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게 되고 나서부턴 휴일에 확실히 쉴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갈피를 못잡고 일단은 뭐라도 해야해, 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과 작업시간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어요. 특히 매일 일러스트 그리던 시절에 그림이 가장 많이 늘었고 당시 그렸던 그림이 지금까지도 가장 반응이 좋긴 해요. 하지만 기약 없이 오래 매달렸으면 더 불안해지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그런 것 까진 고려하지 못하고 아무튼 열심히 해야한다고만 생각했는데 허우적거리다 더 늪에 빠지는 꼴이었을지도 모름. 등짝 팍팍 밀어주신 쌍검님께 언제나 무한 감사...